‘상선약수’가치 되새기는 공직의 표본

시대가 바뀌고, 세상이 요구하는 가치관이 달라져도 언제나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언제 어디서든 원칙에 충실하며 최선을 다한다면 언젠가는 인정을 받는다는 것이다. 학창시절에는 꾸준하게 학업에 매진했고, 지금은 공직에서 한결 같은 모습으로 국민을 위해 일하는 최양규 동문. 화려하지는 않아도 속은 꽉 찬 그의 행보가 아름답다.

국민을 위하여 활짝 열린 국회에서 만난 최양규 동문은 유난히 편안한 인상이었다. 그는 언제나 가장 바쁘게 움직인 사람이었으면서도 항상 겸손하고 여유가 있다. 늘 경쟁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꽤 낯선 모습이다.
"성실하고 뚝심 있게 해나가는 학풍이 사회에서도 그대로 이어지는 것 같아요. 황소처럼 듬직한 건국대의 분위기가 저와도 잘 맞는 편이구요. 이런 삶의 자세가 짧게 보면 손해를 보는 것 같지만, 먼 관점에서 바라보면 결국 인정을 받거든요. 주위의 많은 건대 동문들이 사회 각처에서 중진 역할을 맡고 있는 것도 그런 영향이 클 겁니다."
학창시절에도 무섭게 학업에 매진한 덕분에 그는 입학 후 5년 만에 행정고시에 패스했다. 그는 20년 이상 공직생활을 하면서도 자신이 한 일을 과시하거나, 남들 사이에 적당히 묻어서 가지 않았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열심히 하는 건 당연한 일이고, 그에 따르는 평가는 주위에서 내려야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일을 하면서 보람된 순간이 없을 수는 없다.
"관리국장을 2년 간 할 때 국회에 차단기를 도입했던 게 참 기억에 남아요. 이전에도 추진하려 했다가 좌절된 일이어서 그 과정이 쉬운 건 아니었어요. 하지만 스스로 '그 길이 맞다'는 확신이 있었기에 의지를 꺾지 않았죠."
물론 차단기가 도입된 직후에는 직급에 상관없이 차단기를 통과해야 하는 까닭에 일각에서는 불만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막상 시간이 흐르자 한층 정비된 국회의 모습에 불만은 싹 사라졌다.
"사실 국회처럼 국민에게 시설을 개방한 행정시설이 드물어요. 그래서 무슨 사업이든 철학을 갖고 접근합니다. 원칙이 누구에게만 특별히 예외일 수는 없잖아요. 지나고 보니 모두가 질서를 지키는 것이 훨씬 편리하다는 게 증명된 셈이죠."
이처럼 원칙을 우선시하며 조용하게 사람들을 리드하는 그는 현재 하고 있는 업무에서만 아니라, 각종 동문 모임에서도 리더 역할을 종종 맡는 편이다. 그러나 그는 사람들을 통제하고, 제 것 챙기기 바쁜 리더의 모습을 경계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파이의 크기는 정해져 있는데 자기가 힘이 세다고 혼자 독차지하면 주변 사람들이 따라올 리가 없죠. 공무원도 경쟁사회다보니 혼자만의 입신양명에 눈이 멀 수 있어요. 하지만 진짜 리더라면 큰일을 위해서 아랫사람을 배려하고 때로는 자신이 손해 볼 줄도 아는 미덕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는 요즘 노자의 '상선약수'를 마음에 새긴다. 낮은 곳으로 흐르면서도 담기는 곳에 따라 그 형태가 달라지는 물. 그러나 물은 세상에 흐를 때가 아닌 청정한 곳에서 흐를 때 진가를 발휘한다. 원칙을 지키며 국민을 생각하는 그의 삶이 꼭 흐르는 맑은 물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