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전 9명의 마임이스트와 100명의 관객으로 시작한 춘천 마임축제는 올해 총 90팀으로 1,000명에 달하는 마임이스트와 14만명의 관객이 참여하는 축제로 발전해 2007년부터 5회 연속 문화체육관광부 최우수축제이자 영국 런던마임축제, 프랑스 미모스마임축제와 함께 세계 3대 마임축제로 자리잡았다.

 

“처음 마임 관련 축제 기획은 저를 포함해 총 다섯 명의 마임이스트 뿐이었습니다. 당시 국내에 마임을 아는 이가 없어 알릴 방법을 생각하다 축제를 기획하게 됐지요. 국내 마임이스트들이 모여 거리에서 공연을 하고 광대놀이를 하니 낯선 모습이 언론에 비춰져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마임이란 장르를 부각시키는데 성공한 셈이었지만 길거리 공연 중 도로교통법에 걸려 잡혀가기도 했습니다”

 

유 동문은 연극이 좋아 극단에 들어갔지만 실험주의가 좋았고 언어보다 신체로 표현하는 것이 좋아 마임을 택했다. 하지만 비주류 예술인으로써 공연할 극장을 구하는 것조차 만만치 않았다. 마임을 예술로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에서 그는 마임을 알리지 못하면 그냥 어릿광대로 남아야 했다. 이는 자존심이 걸린 문제였고 이것이 지금까지 그를 움직인 원동력이기도 하다. 그는 ‘난해함’이라는 마임의 장르적 특성을 ‘축제’라는 형식을 빌려 대중 속으로 파고드는데 성공했다.

 

“대부분의 축제들이 공연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반면 춘천 마임축제는 공연과 더불어 관객들이 함께 놀 수 있는 난장이 한 축을 이룹니다. 외국의 축제에서 며칠 밤을 새며 광적으로 즐기는 사람들을 보며 우리나라도 100여 년 전 정월대보름날 축제를 했던 역사가 생각났고, 마임이란 장르를 바탕으로 우리 민족이 잃어버린 축제문화를 찾고 싶었습니다. 세계의 여러 축제를 다녀봤지만 민족의 본질을 현대적으로 재창조한 공연은 이 축제뿐입니다. 그만큼 우리 전통을 재해석한 이 축제를 세계적인 축제로 이끌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춘천마임축제는 내년 국내 최대 규모로 열리는 여수세계박람회의 거리문화공연을 이끌 예정이다. ‘2012 여수 세계박람회 거리문화공연 제작 및 운영 용역’에 관한 입찰 결과 춘천마임축제가 우선사업자로 선정되며 유 동문이 총 예술감독으로 선임된 것이다.

 

“이는 춘천마임축제가 23년간 축제를 통해 새로움과 거리문화의 예술성 , 축제성의 성과를 입증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93개 국내외 공연팀을 비롯해 150여개 대학, 3천여명의 아티스트가 참가하여 대한민국을 대표할 행사로 꾸밀 것입니다. 여수의 아름다운 바다를 표현하고 박람회장 주변에 잊지 못할 수준 높은 야외공연작품을 선보이는 등 색다른 거리문화 공간으로 탈바꿈시킬 계획입니다”

 

유 동문은 최근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성악가 조수미, 국악인 김덕수, 지휘자 정명훈 등 국내 문화예술계를 대표하는 인물들과 함께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올해의 100인 예술가로 선정되어 ‘예술기부활동’을 통해 청각장애인 학교 인천 성동학교에서 명예교사로 활동 중이다. 이 학교 마임동아리 ‘동그라미’는 유 동문에게 마임 연기지도를 받은 것을 계기로 춘천마임축제에 10년째 참가하고 있다.

 

“외국엔 청각장애인으로 구성된 마임 극단이 많은데 한국에는 한 곳도 없습니다. 오랫동안 마임을 하고 있는 성동학교 학생들이 연기를 계속하고 싶어 한다면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마임은 창의력 배양에 좋은 도구로 인정받고 있는 새로운 예술인 만큼 단순히 공연예술의 한 장르가 아닌 자신의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유연한 예술장르로 받아들여 많은 분들이 마임을 함께 즐기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