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800만 실향민의 꿈을 앞당기는 이북도민회중앙연합회장에 추대된 이춘화 동문. 그는 건국대학교 총동문회 이사회와 동문회관, 스타시티의 기반을 마련했던 장본인이기도 하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인생이기에 더욱 값지게 쓰고 싶다는 그를 이북5도청에서 만났다.

이춘화 동문의 프로필이 남달랐다. 출판·인쇄사업 분야에선 독보적인 신일기획문화(주) 대표이사, 신일정판인쇄공사 대표, 재단법인 대한인쇄연구소 이사, 서울남부지방법원 민사조정위원회 부위원장, 서울상공회의 영등포구상공회 회장이 현재 활동 중인 직함이다. 그런 그가 지난 1월 22일을 시작으로 이북도민회중앙연합회장을 맡았다는 소식은 놀라웠다. 이북5도청, 800만 실향민을 대표하는 기관의 수장이 된 것이다.
“일 욕심이 많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일을 그만두면 다른 일거리가 계속 생기니 어떡합니까? 내가 일을 좇는 게 아니라 일이 나를 따라다니는 느낌이랄까요?”
인쇄사업과 이북도민회관련사업 뿐만이 아니었다. 건국대 총동문회 부회장, 재정위원회 임원, 이사회의장 등을 역임하며 동문회 조직 틀을 완성하고 동문회관과 스타시티의 기반을 마련한 사람도 그였다. 이쯤 되면 일이 그를 따라다닌다는 말도 부인할 수 없었다. 국무총리 표창, 인쇄문화상, 자랑스러운 건국인상, 대한민국 문화훈장 수훈은 그 와중에 주어진 보너스라고 해야 할까. 
11남매 중에 아홉째라는 그는 평안남도 중화군 출신이다. 중화군 내에서 손꼽혔던 3대 부자가 모두 그들 가족이었으니 얼마나 부유한 어린 시절을 보냈을지 짐작이 되었다. 그러나 전쟁과 월남, 피난생활은 그들 가족은 물론 그 자신의 인생도 완전히 바꿔놓았다.
“하루아침에 집안사정이 바닥까지 곤두박질쳤을 때는 힘들었지요. 그러나 경제적인 양극을 체험한 일은 제 인격성숙의 큰 기회가 되었습니다. 일방적인 건 없어요. 한쪽을 잃으면 다른 쪽을 얻는 겁니다. 평생 어려움을 몰랐더라면 얻지 못했을 귀중한 자산이지요.”
그는 인생의 모든 것들이 ‘대차관계’에 있다고 말한다. 차변과 대변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져야 투명한 사업이 되는 것처럼 인간관계도, 학문도 그렇다는 것이다. 환경과 나이, 출발상황은 달라도 인생이란 큰 틀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공평하게 주어지기 때문이다. 
재학시절은 낭만적이지만은 않았다. 그 시대 대부분의 학생들이 그랬듯 일과 학업을 병행하는 ‘주경야독’을 해야 했기에 학교는 ‘생활의 연장선’에 있었다. 그래서일까. 학문마저도 유행을 좇아가는 요즘 세태에 대해 우려된다는 말을 덧붙였다.
“진실의 허구성은 변해도 진리의 본질은 불변함을 믿습니다. 인스턴트가 아닌, 본질적인 문화적 기반을 갖추어야만 디지털시대를 앞서가는 인재인거죠. 학문의 기본, 인격적 성숙을 바탕으로 하지 않는 변화는 일시적일 뿐이라는 걸 후배들이 기억하길 바랍니다.”
그가 78년에 시작한 인쇄사업을 고집하는 이유도, 인류문화가 있는 한 인쇄문화는 계속될 것이란 변함없는 진리와 믿음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