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목

 

                                        정연국 (행대원)

 

  

별 볼 일 있는 이웃들은 새벽 빈 배로 다 떠나고
별 볼 일 없는 이들만 남아 고개 빳빳이 들고 사는
더러더러 별맛 보고 떠난 이가 그리움에 다시 찾아들고
별 재미 못보고 떠난 이웃도 아쉬움에 돌아드는 곳
소리소리 질러도 목구멍을 못 넘기고
토해내지도 못하는 단내에 찌든 설움이 뚝뚝
분질러도 분질러도 꼿꼿이 일어서는 모가지
생각하는 마음까지 비워야 채워지는
여기는 채우면 채울수록 비워지고
채우지 않아도 배부른 이들이 모여들어
있는 건 깡그리 버리고 없는 걸 찾는 숨구멍
칼바람에 모가지가 부러지고 으스러져도 굴하지 않는
온갖 잡풀들이 어깨 쫙 펴고 사는 복숭아밭 가장자리
목청껏 소리쳐 봐도 목구멍이 꿀떡 삼킨 메아리는
돌아갈 길 없는 안개 숲을 점벙점벙 건너며
뒤엉킨 삶 보따리를 풀어 내팽개치고
아니다 아니다 고개를 저어도 헤어나지 못하는
소리목 배운 대로 베풀며 목소리 죽여 사는 동네
구름 그네를 타는 소나무는 달빛 자락을 흔들어대고
겨울잠 채 덜 깬 개여울은 기지개 목 고르기가 한창인데
봄나들이 채비에 부산한 샛별 이슬이 버들개지를 톡톡 깨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