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소유한 최대의 보배는 어머니이다
황태영(법학 81)
위대한 인물의 뒤에는 항상 위대한 어머니가 있었다. 그러기에 나폴레옹은 “위대한 어머니는 한 국가가 소유한 재물 가운데 최대의 보배”라고 했다.
괴물에게 납치된 딸을 구하는 가족이야기를 다룬 영화 ‘괴물’의 캐릭터 설정에서 어머니는 제외되었다. 가족을 주인공으로 내세웠음에도 불구하고 극중에 어머니가 등장하지 않은 이유는 추측컨대 간단하다. 어머니가 있다면 사건이 의외로 쉽게 풀려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에 어머니는 등장하지 않았지만 알고 보면 어머니의 사랑을 더 깊이 깨달을 수 있게 해준다. 아무리 무시무시한 괴물이라도 자식에게 피해를 주면 어머니는 목숨을 돌보지 않고 괴물을 물리친다. 조선 전기의 4대 서예가 중 하나였던 양사언의 어머니를 보면 이 말이 실감이 난다.
양사언의 아버지 양희수가 전라도 영광의 사또로 부임해 내려가는 중 배가 고파 어느 농가에서 밥을 얻어먹게 되었다. 성심껏 식사를 대접하는 소녀를 기특하게 여겨 청선(靑扇), 홍선(紅扇) 두 자루 부채를 선물로 주며 “채단(綵緞) 대신 주는 것이다”며 농을 하였다. 소녀는 결혼 전에 신랑이 신부에게 보내는 청홍의 옷감인 ‘채단’이라는 말에 깜짝 놀랐다. 그리고 “채단을 어찌 맨손으로 받을 수 있느냐”며 홍보를 가져와 곱게 싸서 보관을 하였다.
이것이 인연이 되어 나중에 그 소녀는 사또의 소실이 되었다. 사또는 정실부인과의 사이에 양사준이라는 아들이 있었고, 소실인 이 소녀와의 사이에 양사언과 양사기 두 아들을 더 두게 되었다. 삼형제는 모두 재주와 인품이 뛰어나 주위 사람들의 신망이 두터웠다.
세월이 흘러 정실부인이 죽자 소실인 사언의 생모가 집안 살림을 맡게 되었고 아들들도 모두 훌륭하게 키웠다. 그러나 사언의 생모는 피맺힌 한이 있었다. 늠름한 아들들이 서자의 설움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생모의 유일한 꿈은 자기 아들들에게서 서자의 딱지를 떼내는 것이었다.
남편 양희수가 죽자 사언의 생모는 가족들을 모아놓고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아무리 재능이 있어도 적자와 서자는 차별이 심하다. 그것이 나라의 법이다. 내가 다음에 죽게 되면 우리 큰 아드님께서는 상복을 석 달만 입으시겠지만 내가 낳은 두 아들들은 삼년을 입게 되어 서자임이 드러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영감님 성복날인 지금 내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 상복 입는 기간이 다르지 않아 사람들이 서자임을 모르게 될 것이다. 내 이미 마음을 다졌으니 죽는 것은 두렵지 않다. 큰 아드님께서 사언, 사기 두 형제를 서자로만 부르지 않는다면 죽어서도 여한이 없을 것이다.”
말을 마친 후 사언의 생모는 미처 말릴 겨를도 없이 바로 단검을 꺼내 자결을 하였다. 자식의 떳떳한 삶을 위해 목숨을 버리신 것이다.
삼지례(三枝禮)와 반포지효(反哺之孝)란 말이 있다. 비둘기는 가지에 앉을 때 어미 새가 앉은 가지로부터 세 단계 낮은 가지에 앉아 부모에 대한 예를 표한다. 까마귀는 어릴 적에는 어미가 새끼에게 먹이를 물어다 준다. 하지만 다 자라면 새끼가 사냥을 하여 힘이 부친 어미에게 먹이를 되먹여 준다. 어릴 적 키워주신 은혜에 성심껏 보답을 하는 것이다.
며칠 전 미국 도심에서 대낮에 총격전이 벌어졌다. 그때 30대 여성이 두 살 배기 아들을 가슴에 품어 구하고 자신은 총에 맞아 숨진 일이 있었다. 위대한 모정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자식을 위해 평생 한없는 희생을 마다하지 않으시는 분이 바로 어머니이다. 미물들조차도 그 극진한 사랑에 예를 다해 보답을 한다.
요즈음 세상이 각박하고 살기가 힘들다고들 한다. 물질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사랑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사랑의 실천은 가정에서 시작된다. 가정이 따뜻하고 바로서면 험한 세상도 두렵지 않다. 부모의 사랑과 자식의 도리를 다시금 각인해 보아야 한다. 돈이 넘치는 세상보다 정이 넘치는 세상이 살기가 좋다. 가정의 소중함을 되새기며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 가야 한다.
황태영
-대구고, 건국대 법대, 동 대학원 졸업(법학석사)
-푸르덴셜투자증권 노조위원장, 이촌지점장 역임
-대신증권 용산시티파크지점장 역임
-수필집 『풀이 받은 상처는 향기가 된다』 저자
-現 탄 코리아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