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닐곱 어린 나이 무지개를 좇던 꿈

민족의 설움, 겨레의 아픔을 아셨던가요?

드넓은 만주 벌판 고구려 황국(皇國) 한 서린 땅

대한의 광복을 찾겠노라 말달리는 선구자들 보며

천군만마의 꿈으로 내달아

조국의 빼앗긴 들에 봄을 찾아주겠노라

북풍한설 인고(忍苦)의 대열에

흙먼지 마다않고 서 계시던 어린 님

홀연히 그 꿈 접어

구료제민(求療濟民)으로, 겨레 사랑으로

가슴 앓던 청년 상허(常虛)

해방된 조국 앞에 더 할 일이 무엇이냐?

광복된 겨레 앞에 무엇을 더할손가!

그 아찔한 환희와 희열, 혼돈과 광기 속에

무섭도록 조용히 교육입국(敎育立國)을 찾아낸 님

여기 장한(長漢)벌에 장한 꿈 일구어 내실 때

이곳이 옛 서라벌 화랑 간성(干城)

고구려 백제와 다투어 한수(寒水) 패권을 잡고

장한성 쌓아 그 장한 장한성가(長漢城歌) 지어 부르던

통일 삼한(三韓) 꿈의 땅인 것을 아셨던가요?

반쪽 해방, 동강난 광복! 땅을 치며

이곳, 이 땅, 이 들 벌을

통일 대한(大韓) 일구어 낼 동량(棟樑)의 터 삼으시던 님

그 꿈 다시 접어 뜨거운 손으로

후진들 손에 가만히 쥐어 주고

영면(永眠)의 푸른 무덤, 그리고

나래 활짝 편 푸른 동상(銅像)으로

이 들녘 안에 고이 잠자며

이 젊음들과 함께 살아 숨쉬며

그 붉은 세월을 어엿이 살아 온 님

새로 옮겨 세운 님의 동상

새로 세운 장년(壯年) 건국(建國)

쉬임없이 드나드는 님의 후예들

고요히, 형형(炯炯)히 바라보며

꾸짖으며 발 구르며 애태우며

안아주며 보듬으며 눈물 닦아주며

그 지울 수 없는 꿈 이루어 가기를

항상 빈 마음에 가득 채워 가기를

두 눈 부릅뜨고 지켜 서신 님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