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르네상스와 인문사회과학의 위기

글 | 소치형(정외 68)

대학의 관심과 배려없이 졸업생 취업걱정은 공염불이고, 대학 지원없는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발전과 성장은 연목구어(緣木求魚)에 불과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건국르네상스를 회자하는 것 자체가 수사(修辭)에 다름 아니다. 책임져야할 이해당사자로서의 대학 당국의 세심한 배려와 적극적인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기대되고 있다.

인간의 존재양식은 산업혁명이나 프랑스대혁명과 같은 거대한 세계적 대변혁에 따라 영향을 받아왔다. 이러한 사회적 충격은 기존의 사회적 구조와 질서 그리고 가치체계에도 극심한 변동과 혼란을 가져왔다. 인류사회의 현대화 과정이 자연과학과 기술을 통해 물질적 풍요를 가져왔으나, 그에 따른 정신적 피폐화는 오직 정신적 기능으로 보상되었을 뿐이다. 그 시대를 지배하는 가치관, 윤리도덕관, 이데올로기는 이러한 혼란에 따른 인간의 정체성을 정제해 주고, 사회적 안정유지에 기여하게 된다. 삶의 질적 문제, 인간본성 회복에는 물질보다 정신작용에 의존하는 방법이 보다 효과적이다. 인류의 지성사와 정신문명사는 바로 인간성 회복과 직결되는 이유로 오랫동안 학문으로서의 위엄과 위상을 구가해 왔다.

산업사회의 문제는 인간문제를 소홀히 함으로써 비롯된 점을 직시할 때, 비로소 인문학의 중요성을 각성하는 계기가 되므로 더 이상 늦춰져서는 안된다. 행복과 이상은 모든 인간이 꿈꾸는 대상이다. 물질과 정신이 균형을 이루는 환경에서 이 꿈은 영글어 간다. 인성 육성, 지식사회기반 확립, 문화콘텐츠개발, 기업경영, 사회에 대한 비판적 성찰, 의사소통의 미덕, 국가정책 개발과 부국강병 등은 모두 삶의 한 부분이다. 삶의 존재양식에 관련된 규범적, 철학적, 종교적 시비는 오직 인문과학적 진리 규명과 학문적 자유 확보로 가려지게 마련이다. 즉 윤리, 도덕, 법, 제도운영, 가치창출, 철학은 인문학의 본령이다.

‘건국르네상스’의 실현은 성(誠)·신(信)·의(義) 건학정신을 소중히 실천하는 가운데서 재출발해야 한다. 상허문화재단과 기념도서관은 있되 ‘상허사상연구소’는 없다. 대학 설립자의 건학사상연구는 건국뿌리찾기이다. 세계를 앞서가는 지성은 인문사회과학에 대한 대학의 관심 환기에 의해서만 창출된다. 최근의 캠퍼스는 새로운 건물과 기재의 하드웨어는 눈에 띠는데 반해 함께 구비되어야 하는 소프트웨어는 변화 수요를 주도적으로 담당하기는 커녕 제대로 부응하지 못하고 있는 처지에 있다.

인문과학에 대한 홀대는 ‘학문의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인문학 특성의 하나는 교육적인데 있다. 그래서 대학에서는 인문학을 경시해서는 안된다. 당면의 숫적 결과에 관심을 집중하는 자연과학 중시일변도는 인문학 및 대학교육 자체에 대한 부정이요 도전이다. 정치외교학과의 경우를 보자. <동서양 정치사상> 담당 교수는 없고, 세계화 시대를 논하면서도 <국제정치;국제관계론>을 가르칠 교수도 변변치 않은 실정이다.

대학의 관심과 배려없이 졸업생 취업걱정은 공염불이고, 대학 지원없는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발전과 성장은 연목구어(緣木求魚)에 불과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건국르네상스를 회자하는 것 자체가 수사에 다름 아니다. 책임져야할 이해당사자로서의 대학 당국의 세심한 배려와 적극적인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기대되고 있다.

※본 내용은 총동문회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